사회적 경험과 지각 방식을 보편적인 것으로 표준화하려는 태도를 근절시키는 것, 스스로 억압받는다고 느끼는 여성들의 관심사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려는 것, 여성적인 것의 특수성이나 정당한 차이를 정립하고자 하는 것 등이 페미니즘의 목적입니다.
때문에 페미니즘에서 문제 삼는 것은 생물학적인 성(sex)이 아니라 사회적인 성(gender)입니다.
이런 페미니즘적 인식에서 가장 논쟁적인 문제는 '평등'과 '차이'의 대립입니다. 여성이 남성과 똑같아지기 위해서 투쟁해야 한다는 입장과, 여성과 남성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 서로 맞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입장의 차이는 여러 가지 하부 문제를 포함하면서 여성문제를 다각화시키는 데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만일 여성이 남성과 평등하다면 어떤 남성이나 어떤 문제에서 평등한 것일까요. 아니면 여성은 남성에게 기회의 평등을 요구해야 할까요 아니면 결과의 평등을 요구해야 할까요.
반대로 여성과 남성이 서로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그 차이는 자연적·생물학적 차이인가 아니면 사회적·경제적인 차이일까요. 이에 대한 입장이나 시각에 따라 페미니즘의 정의나 방향은 달라집니다.
역사적으로 페미니즘적 인식에는 '제1의 물결'과 '제2의 물결'이 있었습니다. '제1의 물결'은 메리 울스턴크라프트(Mary Wollstoncraft)의 『여권의 옹호』(1792)에서 영향을 받아 1890년에서 1920년 사이에 미국과 영국에서 있었던 참정권 운동을 말합니다.
여성들의 선거권과 교육권, 출산권, 노동권 등을 주장하며 남성과의 '평등'을 주로 주장하는 경향입니다. '제2의 물결'은 1960년대 후반의 학생운동, 반전운동, 흑인 운동 같은 반체제 운동과 맥을 같이 하면서 일어난 여성운동을 말합니다.
특히 『제2의 성(The Second Sex)』(1949)에서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만들어진다"라고 말한 시몬느 드 보봐르(Simone de Beauvoir)의 영향이 컸습니다. 그들은 여성의 평등권에서 더 나아가 보다 적극적으로 여성의 '해방'을 주장했습니다.
1980년대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새롭게 부상한 페미니즘은 여성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에 주목합니다. 인종·계급·민족에 따라 거의 같지만 똑같지는 않은 여성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지역적으로 볼 때는 영국의 페미니즘은 압제(oppression)를, 미국의 페미니즘은 텍스트를 중심으로 한 표현(expression)을, 프랑스 페미니즘은 정신적 억압(repression)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영국과 미국의 페미니즘은 19세기 여권운동의 전통을 바탕으로 사회·경제적인 여성의 억압을 바탕으로 정치적이고 운동적인 차원에서 평등주의에 입각한 주장을 주로 보여줍니다.
반면 프랑스의 페미니즘은 데리다의 해체론과 프로이트나 라깡의 정신분석학의 영향을 받아 철학적이고 심리학적인 경향을 주로 보여줍니다.
물론 이때의 영국과 미국, 프랑스는 국가나 국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페미니즘에 접근하는 방법이나 시각에 따른 구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대적인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에 저항하고 여성의 권리와 평등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페미니즘의 이러한 입장을 고려할 때 페미니즘과 문학은 효과적으로 결합될 수 있습니다. 문학 자체가 인간의 삶에서 경험하게 되는 모순과 억압을 비판하면서 그것을 보완하고 수정하려는 기능을 지녔기에 여성과 남성 사이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제대로 문제 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페미니즘 문학은 문학적 형상화를 통해 여성이 처한 부정적 현실과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폭력을 가시화하거나 비판하는 데에 유의미한 영역이 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