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가정에선 참기름·들기름을 담은 소주병을 냉장고 문 맨 아래 칸에 보관합니다. 그러나 참기름과 들기름은 성질이 달라 각자에 적합한 보관법도 다릅니다. 잘못 보관하면 오히려 기름 맛을 버리게 될 수 있습니다.
· 참기름은 상온 보관이 좋아
참기름은 상온에서도 잘 상하지 않습니다. 인하대 식품영양학과 연구팀이 갈색 병에 담은 참기름 110ml를 25℃의 어두운 곳에 두고, 3개월마다 신선도를 관찰해 알아낸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기름이 산화할 때 생기는 과산화물의 함량인 ‘과산화 물가(peroxide value)’를 측정해 참기름의 신선도를 가늠했습니다. 과산화물가 수치가 높을수록 산패가 많이 진행됐단 뜻입니다.
실험 초기에 0.2(단위 meq/kg) 던 참기름의 과산화 물가는 저장 9개월 차부터 비로소 증가하기 시작해, 저장 18개월 차에 0.6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는 팜유를 65℃에 6일 저장했을 때 과산화물가가 1에서 11로 증가한 것에 비하면 낮은 수치입니다. 65℃에 6일 저장하는 것은 25℃에 6개월 저장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참기름이 상온에서 잘 상하지 않는 건 항산화 성분인 ‘리그난’ 덕분입니다. 리그난은 분해되며 기름이 산화되는 것을 막습니다.
참기름의 원료인 참깨엔 세사민·세사몰 등 리그난이 풍부합니다. 앞선 실험에선 참기름을 18개월간 저장했을 때 참기름 속 세사민과 세사몰의 함량이 저장 초기보다 78.5%, 44.8% 수준으로 줄어든 게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참기름을 냉장 보관하면 오히려 맛과 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 밀폐해 보관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참기름과 들기름을 8:2 비율로 섞어 보관할 경우 풍미를 유지한 채 저장 기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
· 들기름, 4℃ 이하 ‘냉장보관’
들기름을 상온에 보관하면 빨리 상합니다. 들기름의 약 60%는 오메가3 계열인 알파-리놀렌산인데, 이 알파-리놀렌산이 쉽게 산화하는 탓입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이 들기름을 4℃, 10℃, 25℃에서 보관하며 각 조건에서의 산패 양상을 비교한 결과, 25℃에서 보관한 들기름은 착유 후 20주부터 과산화물가 수치가 급격히 높아지며 빠르게 산패되는 게 관찰됐습니다.
반면, 4℃에서 보관한 들기름은 착유 후 40주가 지날 때까지 과산화물가 함량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산패되지 않았단 뜻입니다.
4℃ 이하 저온에서 보관해야 들기름의 맛과 향이 변하지 않습니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탓에 공기에 노출되면 쉽게 산화하니, 뚜껑을 닫아 밀폐한 채로 보관합니다.
농촌진흥청 밭작물 개발과는 가정에서 들기름을 보관할 경우 반드시 냉장고에 넣길 권장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