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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팝나무와 이팝나무 차이

by 파라다이스토리 2023.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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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팝나무와 이팝나무 차이
조팝나무와 이팝나무 차이

 

해마다 4월이 되면 흰 꽃이 지천으로 핍니다. ‘조팝’이라는 이름을 지닌 나무의 꽃이지요.

 

마치 함박눈이 내린 듯 탐스러운 송이를 이루며 피어난 꽃이 다홍빛 철쭉과 대조를 이루니 오가는 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도 남음이 있다 할 것입니다.

 

눈부신 흰 꽃의 향연에 잠시 삶의 시름을 잊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 이름만으로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조팝나무’는 꽃 모양이 좁쌀을 튀겨 놓은 듯하다고 해서 생겨난 말입니다.

 

‘조밥나무’라고도 하는 것을 보면, ‘조밥’처럼 생긴 꽃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조밥’ 혹은 ‘좁쌀밥’을 북한에서는 ‘조팝’이라고 하니, ‘조밥’의 변이형(variants)으로 ‘조팝’이 쓰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조팝나무’의 개화와 비슷한 시기에 흰쌀밥을 고봉으로 담아 놓은 듯한 모습으로 피어 뭇사람들의 시선을 붙드는 꽃이 있다는 것입니다.

 

도심의 가로수로도 흔히 보이는 ‘이팝나무’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팝나무’의 어원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이밥’ 또는 ‘입쌀밥’이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이밥에 고깃국’, 이는 한때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렸던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었습니다.

 

‘이밥’이란 “멥쌀을 보리쌀 따위의 잡곡이나 찹쌀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니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흰 쌀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밥’과 ‘이팝’의 관계는 ‘조밥’과 ‘조팝’의 관계와 유사한바, ‘이팝나무’의 어원은 ‘이밥’, 곧 흰쌀밥과 관련지어 보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할 것입니다.

 

 

 

물론, ‘이팝나무’의 어원에 대해서는 또 다른 설이 있기도 합니다.

 

첫째는 입하(立夏) 무렵에 꽃이 피므로 ‘입하’가 ‘이팝’으로 변음하였다는 것이고,

 

둘째는 이 꽃이 만발하면 벼농사가 잘되어 쌀밥을 먹게 되는 데서 ‘이팝’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팝나무’에 치성을 드리면 그해에 풍년이 든다 하여 받드는 민속신앙이 생겨난 것도 바로 이것 때문이지요.

 

 

 

‘조밥’ 모양으로 피는 꽃 ‘조팝나무’가 1~2m 정도의 낙엽 관목(灌木)에 속하는 데 반하여 ‘이팝나무’는 무려 20m 정도까지 자라는 교목(喬木), 즉 큰 키나무에 속합니다.

 

그리하여 전국의 여러 곳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지요.

 

천연기념물 제36호인 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 평중리의 ‘이팝나무’만 하더라도 400년이 넘는 수령을 자랑한다고 하니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일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조밥~조팝’, ‘이밥~이팝’의 변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가 마땅치 않다는 것입니다.

 

다만, ‘조팝’은 근거가 없지 않습니다.

 

이러한 단어가 형성되는 과정을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말 ‘조’가 ‘ㅎ’을 말음으로 하는 이른바 ‘ㅎ 종성 체언’이었으므로,

 

‘조ㅎ+밥’의 구조에서 ‘밥’이 ‘팝’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팝’은 그러한 역사적 사실과 무관합니다.

 

따라서 ‘조팝’에 근거한 언어적 유추(linguistic analogy)가 ‘이팝’을 가능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꽃의 개화를 잘 들여다보면 그것은 사실 색채의 변화라고 해야 할 듯합니다.

 

노랑에서 분홍, 분홍에서 다홍, 다홍에서 하양, 이렇게 꽃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조금씩 변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무릇 세상에는 한 가지 꽃만 있는 것이 아니니 옳더라도 굳어지지 말 것, 아마도 꽃들은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건네고 싶은 게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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