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링크플레이션이란?
영국의 경제학자 피파 맘그렌(Pippa Malmgren, 1962~)이 고안한 용어로, '줄어들다'라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전반적·지속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입니다.
'패키지 다운사이징(package downsizing)'이라고도 불린다. 기업들이 제품의 가격은 기존대로 유지하면서 대신 제품의 크기 및 중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낮추어 생산하여 간접적으로 가격 인상의 효과를 거두려는 전략입니다.
소위 '질소 과자'가 그 예가 될 수 있는데, 과자가 부서지거나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과자 봉지에 채워 넣은 질소가 실제 들어있는 과자의 양보다 더 많아 논란이 되었던 바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의 가격이 상승하게 된 경우 기업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기보다는 그 대안으로 내용물을 축소시켜 생산 비용을 줄임으로써 수익을 유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가격이 같더라도 양이나 중량이 줄어 단위 크기나 단위 중량당 가격이 상승하였으므로 결과적으로 제품의 가격이 인상된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결국 슈링크플레이션은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가격 상승을 유발한 것이므로 숨겨진 인플레이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는 제품의 양이 달라지는 것보다 가격이 변하는 데 더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두고 미국의 경제학자 어빙 피셔(Irving Fisher, 1867~1947)는 '화폐 환상(money illusio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였습니다.
화폐 환상이란 사람들이 화폐의 실질가치가 아닌 액면상의 명목가치에 집착하는 성향을 가리킵니다.
인플레이션으로 임금이 오르면 사람들은 실질소득이 증가한 것이 아님에도 이를 염두에 두지 않고 돈을 더 많이 벌었다고 잘못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기업들도 이러한 소비자의 성향에 착안하여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기보다는 슈링크플레이션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저항을 낮추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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