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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라는 이름의 꽃은 없다(feat. 구절초, 쑥부쟁이, 벌개미취, 산국, 감국)

by 파라다이스토리 2022.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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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라는 이름의 꽃은 없는 거 다들 아시나요.

 

들에 핀 국화를 들국화라 부르는 것뿐입니다. 사실 들뿐만이 아니라 마을, 도심, 산길, 들녘 등 가을을 맞은 우리나라 지천에 들국화가 피어 있습니다.

 

이 담담한 가을꽃들을 보며 ‘어머, 들국화네?’ 해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대표적인 들국화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는 것이 꽃에 대한 예의 아닐까 싶어 들국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가을엔 역시 국화죠. 국화는 크게 야생종원예종으로 나뉩니다. 원예종은 종류도 많고 색깔도 다양해서 쓰임새도 상당한 반면, 야생종은 종류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대략 다섯 가지 정도를 들 수 있는데요. 야생 국화(이하 들국화)는 크게 연보라색과 노란색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연보라색 들국화로는 구절초, 쑥부쟁이, 벌개미취가 있고, 노란색 들국화로는 산국, 감국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생김새가 다르지만, 얼핏 보면 헛갈리기 일쑤입니다.

 

구절초는 생육 과정에서 이름을 가져온 꽃입니다. 대략 음력으로 9월 9일이 되면 줄기가 아홉 마디가 되기 때문에 구절초라는 이름을 붙인 것인데요.

 

구절초 흐드러진 산길에 가보면 온통 하얀색 물결이 일렁이고 있습니다. 쑥부쟁이, 벌개미취와는 이 하얀색으로 구분합니다.

 

그러나 간혹, 연분홍색을 띠는 꽃들도 여기저기 적지 않게 피어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하얀색을 이루지만, 이 연분홍빛 구절초가 구절초의 은은한 매력을 만들어 주는 방점이 되기도 합니다.

 

서울 외곽에서는 일부러 구절초를 확산시켜 가을에 구절초 축제를 벌이기도 합니다. 꽃이 있는데 사람이 몰리는 것이 당연하지요!

 

 

 

 

쑥부쟁이는 중심이 노랗고 연보라색 꽃잎으로 이뤄진 국화입니다. 벌개미취도 이와 똑같이 생겼습니다.

 

구절초가 확실한 자기 모습을 갖고 있는 것에 비해 쑥부쟁이와 벌개미취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분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쑥부쟁이는 벌개미취에 비해 꽃잎이 짧은 편이고 꽃잎 끝 부분에 있는 톱니도 굵직한 편인데요.

 

이에 비해 벌개미취는 꽃잎이 길고 톱니도 자잘한 편입니다. 산과 들에 가서 들국화를 만나도 사실 벌개미취와 쑥부쟁이를 한눈에 구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물론 식덕이나 식물 집사가 아닌 이상 꼭 산야의 모든 나무, 꽃 이름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알면 더 잘 보이고, 조금 모른다 해도 아름다운 꽃 앞에 선 사람의 마음이야 비슷하지 않을까요.

 

쑥부쟁이와 관련된 전설이 하나 있습니다. 옛날 어느 산골에 쑥을 캐러 다니던 불쟁이(대장장이) 소녀가 있었습니다.

 

소녀는 어느 날 함정에 빠진 사냥꾼을 도와 구해주었는데, 두 사람은 곧 사랑에 빠집니다.

 

사냥꾼은 집에 돌아가 부모님께 결혼 승낙을 받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떠났으나 결국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시름에 빠진 소녀 앞에 산신령이 나타나 구슬 세 개를 주며 하나씩 입에 물고 소원을 빌면 이뤄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첫 번째 소원으로 어머니의 병을 고쳐달라 했더니 당장 완쾌되었고, 두 번째 소원으로 사냥꾼을 빌었습니다.

 

즉시 사냥꾼이 나타났으나 그는 이미 고향에서 결혼해 아이들까지 있었습니다. 세 번째 소원을 잠시 고민한 소녀는 사냥꾼을 가족에게 보내달라 했는데요.

 

어머니, 사냥꾼 모두 자기 행복을 찾았지만 소녀는 다시 외로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소녀는 쑥을 캐러 다니다 산에서 굴러 떨어져 죽었고, 그 자리에 꽃이 피었습니다.

 

사람들이 그 꽃에 ‘쑥을 캐러 다니는 불쟁이의 딸’ 즉, 쑥부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노란색 산국은 개국화라고도 불리는데 산길에서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키는 보통 60㎝에서 120㎝이고 9~10월에 개화하는데요.

 

감국은 산국과 흡사하게 생겼지만 산국에 비해 키가 작고 꽃도 작은 편입니다. 결정적으로 10~11월에 개화하는 게 산국과의 결정적 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산에서 들에서 만나는 들국화들을 보고 마음도 곱단해지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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