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9살 소녀가 뇌 먹는 아메바로 인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얼마 전 인터넷에 뜬 기사입니다. 할리 유스트라는 이름의 이 소녀는 호수에서 수영을 한 뒤 뇌수막염에 걸려 사망했는데, 그 원인이 파울러자유아메바(Naegleria fowleri)라는 기생충이라고 합니다.
이게 기사거리가 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인데요.
첫째, 그래도 선진국으로 알고 있는 미국에서 기생충으로 인해 사람이 죽다니? 그것도 9살짜리 여자애가?
둘째, 기생충은 날것을 먹는 등의 행위로 걸린다고 생각했는데 수영을 하다 걸리다니? 기사 자체는 충격적이지만, 사실 이런 기사는 매년 여름마다 올라오곤 했습니다.
파울러자유아메바는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생소한 기생충이니, 이에 대해 알아봅시다.
목차
1. 뇌 먹는 아메바, 파울러자유아메바란?
2. 코를 통해 침투해 뇌로 간다
3. 아메바 감염 증상
4. 수돗물도 믿지 말자
5. 치료는 불가능할까?
1. 뇌 먹는 아메바, 파울러자유아메바란?
아메바 하면 이질아메바 (Entamoeba histolytica)와 대장아메바 (Entamoeba coli)가 유명합니다. 이들 아메바는 물속에 살면서 사람이 물을 마실 때 감염되어 그 안에서 증식하면서 병을 일으킵니다.
즉 생활사를 완성하기 위해 사람의 몸을 필요로 한다는 얘기, 이와 반대로 자유생활아메바는 사람에게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생활사를 영위할 수 있으며, 파울러자유아메바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파울러아메바는 대기 온도가 30도 이상이 되면 활발히 증식합니다. 온도가 높고 먹을 게 많으면 영양형이라고, 사람에서 병을 일으키는 형태로 있지만, 온도가 낮아지면 주머니를 뒤집어쓴 형태가 되어 오랜 기간 버티는데, 이를 포낭형이라고 합니다.
영양형은 크기가 7-20 um로, 사람의 뇌에서 주로 발견되는 형태입니다. 포낭형은 9 um로, 주머니가 두 겹으로 돼 있습니다.
환경이 좋아지는 경우 포낭형은 잽싸게 영양형으로 바뀌어 수영하는 사람을 노리며, 여름에 환자가 발생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아메바가 전 세계적으로 분포한다면, 호주나 미국 같은 잘 사는 나라들에서만 환자가 나오는 이유가 뭘까요?
파울러자유아메바는 인체에 감염되면 뇌수막염을 일으키는데, 진단을 위해서는 뇌척수액이나 뇌조직에서 파울러자유아메바를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좀 못 사는 나라들에서는 세균에 의한 뇌수막염이 워낙 흔하고, 그로 인해 죽는 아이들도 많다 보니 뇌수막염으로 누가 죽어도 “죽었구나”라고 할 뿐 원인을 끝까지 추적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반면, 좀 사는 나라들에서는 뇌수막염으로 죽는 일이 드물어 정확한 진단을 위해 애를 쓰기 때문에 선진국에서 주로 감염자가 보고되는 이유는 거기에 있습니다.
2. 코를 통해 침투해 뇌로 간다
대부분의 기생충이 입을 통해 전파되는 반면, 파울러자유아메바는 수영을 하는 사람의 코를 통해 감염됩니다.
특히, 물에 다이빙을 한다든지 할 때 들어가는 경우가 흔하다니, 저수지에서 수영할 때는 물에 조용히 들어가는 게 좋습니다.
코로 들어간 아메바는 위쪽으로 올라가며, 후각신경이 뇌와 연결되는 구멍을 통해 뇌로 들어갑니다.
3. 아메바 감염 증상
아메바가 본격적으로 증식하며 활동을 시작하면 환자는 심한 두통과 발열, 구토 등이 생기고, 수막뇌염의 특징인 목이 뻣뻣한 증상도 호소하게 됩니다.
파울러자유아메바가 후각신경을 침범하므로 냄새가 조금 이상하다고 느낀다든지, 코피가 난다든지 하는 증상이 있기도 하지만, 아메바에 의한 뇌수막염과 세균에 의한 뇌수막염을 구별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입니다.
그 후의 경과는 복시가 생기고 발작을 하거나 의식이 없어지는 등 다른 뇌수막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수영을 하고 난 뒤 5-8일 정도에 증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수영 후 24시간 뒤에 뇌수막염이 생기기도 합니다.
환자 대부분은 증상이 생긴 지 일주 이내에 사망에 이르고, 치사율이 95% 이상입니다.
4. 수돗물도 믿지 말자
수영을 조심하면 아메바에 안 걸릴 수 있을까요?
2011년 6월 초, 미국에서 28세 된 남자가 심한 두통과 목의 빳빳함을 주소로 병원에 왔는데, 뇌척수액 검사를 통해 파울러자유아메바에 의한 뇌수막염으로 진단됐습니다.
그리고 환자는 병원에 온 지 닷새 만에 죽었는데요. 이 환자가 다른 환자와 달랐던 것은 그때가 6월 초였고, 이 환자가 수영이나 온천을 한 적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대체 어디서 아메바에 걸렸을까요?
이 환자는 만성 축농증을 앓고 있었는데, ‘네티팟’이라고 하는 비염 환자들이 코를 청소하는 기구로 부비동을 소독했다고 합니다.
그는 수돗물에 소금을 넣은 용액을 네티팟에 담아 소독을 했는데, 보건당국은 이 과정에서 파울러자유아메바가 감염된 것으로 추측했고, 실제로 네티팟을 비롯해서 집안 곳곳에서 아메바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네티팟을 사용할 때 물을 체온과 비슷하게 덥히는데, 그 온도는 파울러자유아메바가 가장 좋아하는 온도라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염소소독을 하고 필터를 한 수돗물은 대개 아메바로부터 안전하다고 알려져 왔지만,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곳 수돗물은 염소소독을 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그 후로는 다행히 환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네티팟을 쓰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수돗물 대신 증류수를 사용하면 아메바에 의한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5. 치료는 불가능할까?
사실 치료보다 더 시급한 것은 진단이지만, 자유생활아메바에 의한 뇌수막염이 워낙 드물고, 또 진행이 빨라 진단을 내리는 게 쉽지 않습니다.
뇌수막염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증상 2주를 전후해서 수영이나 온천을 한 적이 있다면 의심을 하고, 약을 써야 합니다.
비록, 완벽하게 치료하는 약은 없지만, 암포테리신 B라고 하는 무좀 등에도 쓰는 곰팡이 약이 제법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파울러자유아메바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 아메바에 의한 치명적 뇌수막염 환자가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을까요?
우리나라에서 파울러자유아메바에 의한 뇌수막염 환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미국과 달리 수영을 할 수 있는 민물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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